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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때도 투입되었던 심해탐사로봇

SW중심사회 KISTI 과학향기 2017-06-12 1997명 읽음

세월호 침몰 때도 투입되었던 심해탐사로봇
<KISTI의 과학향기> 제2951호

깊이 6000m 바닷속을 유유자적하게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로봇 잠수정’이 있을까. 이런 로봇은 전 세계에 꼭 한 대가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진이 개발한 토종 로봇 ‘크랩스터’가 주인공이다.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로봇이라 전 세계 과학자들과 언론매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크랩(게)와 랍스터(바닷가재)의 합성어다. 6개의 다리로 바닷속을 걸어서 움직일 수 있고, 강한 조류가 밀어닥치면 자세를 바꾸며 해저 바닥에서 중심을 잡는다. 크랩스터가 처음 개발된 건 지난 2013년. 당시 연구진은 200m 깊이 바닷속을 탐사할 수 있는 크랩스터200(CR200)을 개발한 바 있다. 이 로봇은 6개의 다리로 바닷속을 걸어다닐 수 있고, 꽁무니에 붙은 프로펠러로 바닷속을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었다.

그림 1. 크랩스터 200의 후속모델, 크랩스터 6000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그간 CR200의 활약상은 적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당시 진도앞바다에 투입돼 초음파 스캐너로 세월호가 바닷속에 옆으로 누워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2015년엔 강한 조류로 여러 척의 옛 선박이 침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안 ‘마도’ 인근 지역에서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고선박을 찾아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이렇게 발견한 고선박의 실제 조사와 인양 작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탄력을 받은 연구진은 이보다 한층 더 진보된 크랩스터 6000(CR6000)을 개발해 최근 성능시험에 성공했다. 최대 6000m 바닷속을 걸어서 움직일 수 있다. CR6000은 육지에서는 무게 1t에 이르지만 바닷속에서는 내부 부력재의 도움으로 무게가 20∼30kg으로 줄어든다. 높은 수압에 견디도록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티타늄 등 강도가 높은 소재로 만들었다. CR6000은 한층 진보된 걸음걸이도 특징이다. 게와 가재의 움직임을 흉내 낸 보행방식 다리 6개 중 3개씩 번갈아가며 움직이는 ‘삼점지지’, 1개만 움직이는 ‘오점지지’ 등 6가지 보행방법을 가지고 있다. 제자리에서 몸을 좌우로 기울이는 ‘롤링’ 등 6가지 자세제어도 가능하다.

여기에 CR6000은 CR200과 달리 바닷속에서 6개의 다리를 휘저어 헤엄치며 이동할 수 있다. 프로펠러로 해저지면 근처를 이
동할 경우 흙탕물이 일어나 탐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이를 보완한 것이다. 평상시 탐사할 때는 초속 10cm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지만 수영모드로 변신하면 초속 50cm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 로봇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유선으로 연결돼 전력을 공급받는다.

 

 

그림 2. 필리핀해 심해저에서 작업중인 크랩스터 6000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은 2016년 12월, 이렇게 개발한 크랩스터를 이용해 북태평양 필리핀해 4743m 깊이의 바닷속 세계를 실제로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크랩스터 개발자인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바닷속 깊이 들어갈수록 로봇 몸체 속에도 높은 압력의 물을 채워 넣어 압력에 견디는 ‘수압상쇄’ 기술이 필요하다”며 “로봇의 몸체 뿐 아니라 다리의 관절 등에도 이런 기술을 적용하는 등 고도의 압력조절 기술이 필요해 개발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 실험은 대 성공이었다. 본체에 장착된 음파 시스템으로 최대 150m 반경 안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고, 초음파 카메라로 전방 15m 이내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촬영한 심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CR6000 완성 후 2016년 12월 1일부터 22일까지 3주 이상 최종 실험을 겸한 해저 탐사를 진행했다. 먼저 동해 인근 탐사를 통해 기본 성능을 확인한 후, 태평양으로 나아가 심해에 도전했다.

연구진은 해저 케이블에 또 다른 카메라를 연결하고 로봇의 동작 상황을 일일이 카메라로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바다속 깊이 도전했지만 날씨 문제로 쉽게 심해를 탐험할 수 없었다. 4번의 도전 중 마지막 실험에서야 심해는 문을 열었다. 깊은 바닷속에서 수중 보행실험에 성공하고, 여섯 개의 다리를 휘저으며 물속을 헤엄치는 등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심해 생물의 고화질 영상 이미지 촬영에도 성공했다. 그간 6000m급 심해 탐사에 성공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해저 표면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탐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마침내 해저에 도달한 크랩스터가 바라본 심해(深海)는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한국 연구진이 탐사로봇을 투입해 바라본 심해에는 눈이 퇴화해 사라진 이름모를 심해어(深海魚)도, 새우와 말미잘도 생생하게 움직였다. CR6000을 직접 조종하며 탐사과정을 지켜봤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연구진은 “처음 해저에 내려서자 마치 외계 행성에 도착한 듯 아무런 소리도 잡히지 않았고 주변도 황량했다”면서 “그러나 잠시 후 로봇의 등장을 반기듯 심해어와 심해가재 등이 나타나 주위를 맴돌아 새로운 세계를 접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CR6000을 해저화산, 침몰선 탐사, 해저에서 온천이 솟는 ‘해저 열수광상’ 및 ‘열수 분출공’ 등 일반 장비로는 정밀 탐사하기 어려운 다양한 해저 지역 탐사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열수광상은 마그마에 데워진 뜨거운 물이 각종 화학성분과 함께 분출돼 해저 생태계와 자원을 탐사하는 데 최적이다. CR6000은 열수광상 탐사에 대응하기 위해 내열처리 등 모든 대비를 마쳤다.

한국엔 크랩스터와 같은 6000m 바닷속을 탐사할 수 있는 무인 심해잠수정 ‘해미래’ 역시 운영 중이다. 이 두 대의 잠수정으로 대부분의 해저 바닥을 탐사할 수 있다. 앞으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사람이 직접 탑승할 수 있는 유인 해저잠수정 역시 개발할 계획이어서 깊은 바다를 탐사하려는 우리나라 해양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크랩스터를 만드는 제작 기술이 우주탐사에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길게 보면 먼 우주에도 큰 바다가 있는 천체는 많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등 열수생태계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 탐사에도 쓰일 수 있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인류는 인간이 미처 들어가지 못한 척박한 환경에 로봇을 이용해 도전하고 있다. 크랩스터가 심해 바닷속은 물론 먼 우주개척에도 나설 대한민국의 로봇 첨병이 되길 기대해 본다.

글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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