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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폐지, 소프트웨어 산업에 미칠 영향은?

SW중심사회 2018-02-07 2498명 읽음

지난 2008년 정부에서 인터넷 종량제를 시행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되었습니다. 비록 그때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최근 미국에서 비슷한 화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논란 역시 재점화 중입니다. 바로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 결정입니다.

 

지난 12월 14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 중립성 원칙 폐기안에 대한 튜표를 진행하였고, 과반수 찬성으로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었습니다. 미국 망 중립성 폐기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공공’ 서비스가 아닌 ‘정보’서비스로 분류하게 된 결정입니다. 얼핏 듯기에 단순한 이 결정 한마디에 전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바로 망 중립성이 모든 인터넷, 콘텐츠, 통신, 미디어 산업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사용자들 사이에 통신망 제공자가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나 정부는 인터넷이 존재하는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할 뿐 아니라, 내용이나 분량, 혹은 방식에 따라 차별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송출하는데 필요한 데이터와 개인에게 메일을 보내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똑같이 취급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교통망을 이용하는 데에 차량의 종류나 속도에 따라 요금차등을 두어선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망 중립성이라는 단어는 2003년 콜롬비아 대학교의 미디어 법 교수 팀 우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망 중립성 원칙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 인터넷의 중립성에 기반합니다. 월드와이드웹(WWW)의 개발자 팀 버너스는 ‘처음부터 인터넷은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밝히며 망 중립성 폐지에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미국 내 업계, 찬반 갈려

 

이번 망 중립성 폐기에 가장 반대하는 곳은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와 같은 미국의 초대형 IT 기업들입니다. 넷플릭스나 페이스북 등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서비스는 이번 결정으로 접속 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월 정액을 사용하는 인터넷 소비자들 역시 국내에서 논란이 되었던 ‘인터넷 종량제’를 사용하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무료로 사용 가능했던 구글 등의 웹 사이트에서 ‘헤비 사용자’를 대상으로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불가능한 예측은 아닙니다.

 

반면 인터넷을 제공하는 통신업체들은 이러한 결정에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인터넷망은 특정 기업에 의해 관리되는 서비스입니다.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은 직접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그 인프라로 소비자들에게 데이터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통신 산업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양상입니다. 때문에 미국의 경우에는 더더욱 통신사에서 망 중립성을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터넷의 중립성을 폐지한다면 트래픽을 많이 이용하는 IT기업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추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사의 콘텐츠 산업에 데이터를 몰아줄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 시장’ 선점 경쟁

 

이번 논란은 IT기업들과 통신사간의 수익 나누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양측 모두 ‘콘텐츠’산업에 대한 선점을 염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은 기술발전에 따라 데이터 인프라 투자에 많인 비용이 소모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데이터 양이 방대해지면서 인터넷망 역시 고도화되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합리적인 인터넷 이용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과 동시에 양측 기업 모두 HBO나 CNN등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을 빠르게 인수하고 있는데요.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소유자와, 통신 인프라의 소유자가 각자의 이익을 기준으로 미디어시장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볼 구글이나 페이스북등의 거대 IT기업들이 의외로 반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소한 미국 내에서 데이터 통신망은 사유재산에 가깝고, 조금이라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인터넷 중립성에 대한 도의적인 논쟁은 오히려 무의미한 소모일 수 있습니다.

 

국내 반응은 어떨까

 

직접적인 변화사항은 없지만, 국내에서도 미국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등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망 중립성이 훼손되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터넷 기업들의 혁신이 무산될 것이므로 우리 정부가 현재와 같은 망 중립성 유지 기조를 이어갔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통신 인프라의 설치가 국가 주도로 이루어 졌습니다. 때문에 국내 통신망 업체들은 이번 결정에 공공연한 찬성의견을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신 콘텐츠 산업을 놓고 IT기업들을 앞서나갈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네트워크가 고도화될수록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망 사용을 분담해야한다.’고 밝히며 망 중립성 폐기에 호의를 내비쳤습니다.

 

한국은 상황 달라... 대체로 무관계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FCC의 결정이 우리나라와는 무관계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성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번 결정은 글로벌 트랜드가 아닌 미국 정권 교체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철학 역시 망 중립성 원칙 유지에 유사한 만큼 이번 정부 내에서 어떠한 변화는 없을 예정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구글이나 유튜브 등의 미국계 서비스도 결국 한국에서는 한국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 사용자들과는 무관계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FCC표결에 참여한 5명 중 찬성표를 던진 3명은 모두 공화당 추천 위원이었습니다. 미국의 망 중립성 규제가 지난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제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해석 역시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죽이기 VS 합리적 비용 부담

 

미국의 통신사들은 당연히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거대 IT기업 입장에서도 통신 분야에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진짜 논쟁의 지점은 기존의 대기업들이 아닌 신생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시작됩니다.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유료로 전환되거나, 지불 금액에 따른 속도의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생존에 치명적인 장애로 작용합니다. 망 중립성 폐기는 결국 소비자에 대한 과금 경쟁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도, 시장 내의 경쟁도 결국에는 소비자의 혜택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소규모 스타트업을 보호하는 규제는 대기업을 향한 차별이 아니라, 건전한 시장경제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망 중립성 폐지는 이와 대치되는 결정으로 스타트업 죽이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반대로 통신업체들은 5G 통신망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이야말로 망 중립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모든 시장재는 많이 이용한 사람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망 중립성이 폐지된 해외 기업들이 국내 인터넷 환경의 혜택을 받는 것은 역차별일 뿐 아니라 통신사업자의 투자 의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 주도로 통신 인프라를 설치하던 과거와 달리 민간 사업체의 투자가 필수적인 5G 산업에는 망 중립성 원칙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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